한국민주주의연구소 학술지 『기억과 전망』겨울호 발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정성헌) 한국민주주의연구소는 반년간 학술지『기억과 전망』 2013년 겨울호(통권 29호)를 발간했다. 이번『기억과 전망』 29호는 엄정한 심사를 거쳐 특집 논문 6편, 기획 논문 3편, 일반논문 4편 등 모두 13편의 논문을 실었다.
특집 Ⅰ은 1970년대와 1980년대 학생운동연구를 다뤘다, 신동호(경향신문사 논설위원)는 1970년대 학생운동의 양태를 다뤘다. 저자는 1970년대의 엄혹한 통치체제가 만들어낸 서클 중심의 비공개 학생운동의 독특한 재생산 구조가 이후의 학생운동과 민중운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당시 이념서클의 학습 커리큘럼, 시위 주동자 선발 방법, 시위 전술에서부터 수련대회와 봉사활동의 모습, 가치관과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유경순(역사학연구소 연구원)은 1970년대 후반기 학생운동가들에 의한 노동운동 참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논문은 1970년대의 노동 현장 투신자들이 직접 민주노조의 흐름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노동자의 정치의식 각성에 나서면서 1980년대 학생운동의 노학연대활동과 집단적인 노동 현장 투신의 마중물이 되었다고 진술한다.
고원(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은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민중민주(PD)파 학생운동에 대한 특성을 기술하고 있다. 민중민주파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기는 했지만 엘리트주의로 경도되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고 본다. MT파의 선도적 투쟁론에서 정파조직별로 분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특집 Ⅱ는 민주화운동 단체에 대한 정치사회학적 고찰로서 2011년, 2012년에 이어 세 번째 기획이다. 김상숙(대구사회연구소)은 대구 노동사목의 활동을 사례로 한국 노동운동에 큰 영향을 미쳐온 가톨릭 노동운동의 특징에 대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노동운동의 조건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노동운동과 대안적 조직을 추구하는 대구 노동사목을 중요한 본보기로 제시했다.
이창언(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은 1990년대 민족해방운동 계열이 주도한 최대 청년조직인 ‘한국민주청년단체협의회’의 출범과 분화 과정을 고찰하였다. 이는 민족해방론의 성공의 조건과 혁신의 불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보았으며 현 시기 통합진보당 사태와 같이 진보정치 위기의 근원을 추적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조철민(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사)에 의하면 가장 전통 깊은 회원운동을 펼친 기독교청년회(YMCA)는 시민참여적 시민운동을 형성하는 저류로서 큰 공헌을 하였다. 저항적으로 활성화된 1980년대, 풀뿌리와 함께 가장 크게 성장한 1990년대, 제도화와 탈동원화의 시련을 맞은 2000년대 까지 일련의 과정에 조응하여 YMCA는 시민운동의 방향을 동원에서 자율적 실천으로 운동양태를 변화시켜왔다.
특집 Ⅲ은 소수자의 민주주의를 주제로 했다. 이병하(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노동력 부족현상에 대응하여 ‘이민송출국’에서 ‘이민수용국’으로 전환하는 비슷한 조건에서 한국은 고용허가제로 전환한 반면 일본은 산업연수생제도에 머물러 있는 차이에 주목한다. 이 교수에 의하면 한국은 노동부와 법무부 간의 경쟁이라는 기회구조 속에서 중앙구심력이 강한 시민사회가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낸 반면, 일본은 부처 간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협소한 정치적 공간에서 풀뿌리 중심의 시민사회여서 국가정책을 바꾸기 어려웠다.
이정은(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은 문헌과 면담을 통해 조선족 커뮤니티들이 한국의 재외동포 정책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분석하였다. 초기에 어려움을 겪던 조선족 커뮤니티들은 국내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정부 정책에 맞서는 구체적인 방법을 체득하였으며, 이제는 독자적으로 재외동포 정책에 개입하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문화운동을 지향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주윤정(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강사)은 1980년대 이후 대만 장애인 인권운동의 전개 과정을 분석한다. 이는 장애인관련법 제정 이후 잔장연맹의 활동을 분수령으로 하여 대만의 민주화와 그 궤를 같이 한다. 대만 장애인 인권운동은 생활 속의 대중운동으로 자리 잡아서 자생성과 포괄성을 갖고 있는데 이는 운동단체가 다소 이익집단화 되어 있는 한국의 장애인 인권인동에 대해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억과 전망』 29호는 특집과 기획 이 외에도 네 편의 일반논문을 실었다.
이순진(재미 영화사연구자)은 영화 <오발탄>의 검열과정을 중심으로 냉전 시기의 문화논리를 되짚어 보고 있다. 저자는 <오발탄>이라는 문제작을 통해 상영금지, 복권에 이르는 검열과정, 샌프란시스코영화제 출품 과정을 복기하면서 1960년대 초 한국영화의 제도화와 관련하여 한국영화에서 냉전체제의 문화논리가 어떻게 구축될 수 있었는가를 규명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유현목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정치적 맥락이 아닌 순수한 예술의 맥락으로 보아줄 것을 요청하면서도 당시 5.16쿠데타 세력의 검열과 수정요구에 그대로 순응하는 자기분열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인데, 이러한 부조리는 냉전시대를 살았던 당시 영화인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했다.
이영미(성공회대학교 강사)는 1970년대, 1980년대 진보적 예술운동의 명명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 작가는 이 당시 문화운동가들은 기존의 보수적 예술계가 구축해온 예술관을 거부하고자 하는 의도로 ‘예술’이라는 말을 버리고 ‘문화’라는 말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1980년대 말에는 작품 내재적인 면에 시선을 돌리면서 ‘예술’이라는 이름이 복원되다가 1990년대 초에는 문화의 시대를 맞이하면 자신들이 성취해온 예술의 공공적 실천 경험들을 정부의 문화정책 속에 실천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박상필(한일장신대학교 연구교수)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발전은 이룩한 한국 시민사회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하다고 본다. 따라서 시민사회의 현황 파악을 위한 정치한 연구 모델을 개발하려는 탐색적 연구 논문을 실었다. 이러한 연구 모델은 이후의 체계적 연구를 위한 밑거름으로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태욱(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이론적 논의를 제기하고 있다. ‘다변화된 고품질 생산체계’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요소를 가진 조정시장경제는 노동과 자본 간의 정치적 조정체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때 발전해 갈 수 있으며 숙련형성, 장기고용, 협력적 노사관계 등 여타 경제제도와 상보성을 갖고 있다. 한편 조정시장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사회적 합의주의는 다수제 민주주의가 아닌 합의제 민주주의에 의해 형성되고 운영될 수 있다. 조정시장경제의 발전은 합의제 민주주의를 요청하며, 합의제 민주주의는 다시 조정시장경제의 발전을 촉진하므로 둘 사이에는 상호보완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끝>
□ 『기억과 전망』2013년 겨울호(통권29호) 목차
○ 특집 1: 1970년대와 1980년대의 학생운동연구
신동호 | 긴급조치 9호 시기 학생운동의 구조와 전개:
서울대 이념서클과 서클연합회를 중심으로
유경순 | 학생운동가들의 노동운동 참여 양상과 영향
1970년대를 중심으로
고 원 | 운동의 혁명적 개조와 이념의 퇴행성, 이중성의 딜레마
민중민주(PD)파 학생운동의 집합적 특성 연구
○ 특집 2: 민주화운동단체에 대한 정치사회학적 고찰 Ⅲ
김상숙 | 가톨릭 노동운동의 재평가를 통한 현 노동운동의 대안 모색
대구노동사목의 활동을 사례로
이창언 | 한국사회 구조변동과 사회운동의 내적 구성 변화:
한국민주청년단체협의회의 프레임 분쟁과 조직분화를 중심으로
조철민 | 기독교청년회(YMCA)의 시민참여적 시민운동의 흐름:
시민감시와 캠페인 활동을 중심으로
○ 기획논문: 소수자의 민주주의
이종수 | 지방자치형 분권헌법 개정
이병하 | 한국과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과 외국인 노동자 운동:
이중적 시민사회와 정치적 기회구조
이정은 | 조선족 동포들의 민주주의 경험과 실천: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저항과 개입을 중심으로
주윤정 |대만 장애인 인권운동(1980년대~2000년대)과 복지권의 형성과정
○ 일반논문
이순진 | 냉전체제의 문화논리와 한국영화의 존재방식:
영화 <오발탄>의 검열과정을 중심으로 _
이영미 | 1970년대, 1980년대 진보적 예술운동의 다양한 명칭과 그 의미
박상필 | 한국 시민사회의 현황파악을 위한 연구모델의 개발
최태욱 | 조정시장경제와 합의제 민주주의의 상호보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