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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회소식

비정규직의 현실과 우리의 과제

비정규직의 현실과 우리의 과제

지난 6월 12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에 <2013 민주주의 배움터> ‘다시, 경제민주화의 길을 묻다’ 세 번째 강좌가 진행되었어요. 이번 강좌 제목은 ‘비정규직의 현실과 우리의 과제’였는데요. 평소보다 적은 스물 다섯 분의 참가자들이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과 함께 다소 무겁고 해결책도 쉽사리 나오지 않는 비정규직 문제와 일자리 문제에 대해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말 속에 뭉뚱그려져 있는 구체적인 세부 내용들을 살펴보고 그 대응책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는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강좌에 대한 간단한 스케치를 해 보았습니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지난 74년 이후 2008년까지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노동시장 유연화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았다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최근에서야 신자유주의에 대한 재검토가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동안 성장모델이 수출주도, 부채주도 성장모델이었는데, 이를 내수 주도, 노동자들의 근로소득 주도로 성장모델을 전환해야 한다고 이야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반전의 계기나 주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는 시기였지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도 최우선 노동정책이 노동시장 유연화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사회에서도 노동시장 양극화, 고용 불안정, 소득 불평등의 문제가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총선과 대선 때도 경제민주화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지만, 정작 그 문제의 뿌리인 노동시장 관계나 노사관계 등은 이슈화되지 못했다고 김연구위원은 지적합니다. 오히려 선거철이 끝난 요즘에 다시 노동시장 유연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을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1)기간제(임시직), 2)시간제, 3)파견, 용역, 호출근로 등의 간접고용, 4)퀵서비스, 화물운반자, 보험모집자 등의 특수고용과 5)가내 근로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간제의 경우 참여정부 때 전체 노동자 비율의 18%까지 올라가 사회문제화되자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어 이후 4% 정도 내려가 지금까지 14%대로 굳어져 있는 형국입니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상시 지속적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법을 개정해 놓았는데, 앞으로도 사용사유제한을 엄격히 해서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에도 확대적용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김연구위원은 강조합니다. 시간제 노동의 경우 2012년 8월 현재 180만명으로 전체 노동자 중에 10%를 넘어섰습니다. 요즘 정부가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얘기하면서 네덜란드 사례를 들고 있는데, 네덜란드의 경우 37%가 시간제 노동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경우 해고 등을 규제하는 법률적,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서 1년 이내에 일자리를 옮기는 단기근속자 보다는 10년 이상 일하는 장기근속자가 많은 상황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전체 노동인구의 1/3이 단기근속자인 상황이지요. 이런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파트타임 일자리가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를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임시직이면서 비자발적 파트타임을 국제적으로 조사해보면 한국과 스페인이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 추세로 파트타임을 늘린다고 하는 것은 우리 노동환경이 더 열악해 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김연구위원은 우려했습니다. 결국 임시직 관행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가뜩이나 임시직 비중이 많은 상황에서 비자발적 파트타임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거죠. 



김유선 연구위원은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문제가 될 것은 직접고용에서 ‘파트타임’ 문제와 함께 간접고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1)파견이나, 2)청소, 경비 등의 용역이나 3)파출부, 간병인 등과 같은 호출근로가 이에 해당하는데요.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노동비율의 10%에 이르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 간접고용 통계에는 사내하청 노동이 빠져있는데, 현재는 이들 또한 대부분 정규직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300인 이상의 사업체 중 약 41%가 사내하도급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는데 이 노동인구가 33만명 가량이 된다고 하니 이 부분을 포함하면 비정규직 비율이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추이가 여전히 50% 정도 차이가 있는 실정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 영세업체의 경우 규모에 따른 격차와 함께 그 내부에 정규/비정규 임금격차 문제가 중첩되어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또한 상위 10% 평균월급과 하위 10% 평균월급의 격차로 조사하는 임금불평등 수치에서 우리나라는 5.23배로 5.7배인 멕시코에 이어 OECD국가들 중에 2위로 열악한 상황이라고 김연구위원은 지적합니다. 거기에 임금불평등과 저임금계층을 함께 놓고 살펴볼 때는 한국이 OECD국가들 중 최하위를 기록함을 볼 수 있는데, 결국 임금 불평등이 높은 것과 저임금계층 비율이 많은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뉴질랜드나 프랑스 경우가 평균임금의 50%정도로 해서 최저임금을 책정하고 있는데, 한국은 32% 수준으로 일본, 체코, 미국에 이어 최저임금이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해 있습니다. 김연구위원은 경제가 발전하거나 국민소득이 높아진다고 해서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며 그 수준을 정하는 것은 그 나라에 어느정도 연대의 문화가 강조되는가, 그리고 노사간의 힘의 관계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정최저임금 미달자 수가 2013년 3월에는 200만명을 넘어섰는데, 특히 이명박 정부 때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을 펼치면서 기업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범과 원칙’을 방기하면서 눈감아주는 방식을 고집한 결과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킨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이 극심한 이유로 외환위기 이후 노사정간의 힘관계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일관되게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펼친 데다가, 기업의 인사정책이 외환위기 전에는 정규직을 기본으로 해서 사람을 뽑던 것을, 이후에는 비정규직을 기본으로 해서 채용을 하는 양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인사관리 전략도 핵심 이외에는 아웃소싱 경향이 강해졌지요. 이와 흐름을 같이 하여 노조는 약화될 대로 약화되어 노조저항 힘 자체가 상당부분 밀렸던 것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진 것은 신자유주의 논리가 팽배하고 자본/보수의 힘이 지배적인 상태에서 노동과 진보가 일방적으로 내몰렸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성장에 못 미치는 임금 인상이 최근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루어지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노동자가 소득에서 가져가는 몫이 하락하고 있고, 그 대신 기업소득이나 재산소득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업이 거의 인건비를 따먹는 방식으로 가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ILO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생산성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으로 인해 임금불평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면서, 금융화(46%)와 정부소비 축소, 복지국가 약화, 노조 조직률 하락 등의 제도 변화(25%) 등이 큰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연구위원은 이렇게 노동시장이 엉망진창으로 가다보니 내수가 얼어붙으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불가능한 상태로 가고 있고, 있는 자와 없는 자 간의 소득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져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진전되었다고 하지만, 개개인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민주주의가 밥먹여주냐?’라는 식의 정치적 민주주의의 후퇴현상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대책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고용의 질을 높여 특히, OECD 국가들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있는 청년층 일자리와 고학력 여성의 고용 유도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또한 정확한 직무분석을 통해 상시, 지속적인 업무를 정의하고 공공기관, 나아가 민간으로까지 확장시켜 이들의 업무를 정규직화로 전환해야 하며, 고용률의 목표치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감소수치 또한 명확화해서 징벌적 배상제도를 포함해서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을 해소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아울러 최저임금도 다른 여타 선진국처럼 평균임금의 5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노조 조직율을 높이고, 단체협약 적용률도 기업단위에서 가능한 한 모든 사업장으로 확장시켜 대기업-중소영세업체간, 정규직-비정규직간의 불평등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다음 배움터는 6월 19일(수) 오후 7시 30분에 협동조합 전문가 김기섭님을 모시고 ‘깨어나라 협동조합’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협동조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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