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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회소식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2013 민주주의 배움터 2강 후기>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지난 6월 5일(수) 오후 7시 30분에 <2013 민주주의 배움터> “다시, 경제민주화의 길을 묻다” 두 번째 강좌가 열렸습니다. 이번 강좌에서는 지난 첫 번째 이병천 교수의 뒤를 이어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가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복지국가의 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40여명의 참가자들이 교육장을 가득 매운 채 두 시간 삼십분 동안 우리가 만들어갈 복지국가에 대해 열띤 강의와 질의응답시간을 가졌습니다.   



정승일 대표는 ‘복지국가’라는 말 자체가 한국 정치권에서 수용된 것이 3~4년에 불과하다면서 각 정당이 복지국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 안에 녹아있는 가치관과 세계관, 즉 이데올로기가 무엇인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복지국가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정대표는 자신이 몇 권의 책을 쓰면서 가장 비판한 사람들이 신자유주의자들인데, 이들은 국가의 역할 축소, 특히 복지국가의 축소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2008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일으킨 장본인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도 오히려 거꾸로 복지국가를 한 그리스같은 나라들이 망해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시장만능주의를 되살리려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80년대 초반 영국의 마가렛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국가정책으로 구현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경제사상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제3세계 국가에까지 퍼진 것은 80년대 말 라틴아메리카를 상대로 이뤄진 ‘워싱턴 컨센서스’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경제는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 공기업을 민영화시켜야 한다, 시장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했죠. 우리나라도 김영삼정부가 93년도에 출범하자마자 ‘세계화’를 이야기하면서 94년에 WTO에 가입하고, 95년도에 OECD에 가입하였고, 결국 2년 뒤에 외환위기를 맡게 되었지요. 태국, 필리핀 등 동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와 똑같은 경로를 따랐습니다. 


우리나라는 6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30년에 걸쳐 정부주도형, 개발독재형 경제정책을 펼쳐왔습니다. 그 때 군사독재정권이 재벌들에게 특혜지원을 했는데, 이것에 의해 경제가 매년 10%씩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라는 이름하에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던 94년에, 박정희식 경제시스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담당했던 주무부처인 경제기획원이라는 조직을 정부가 해체시킴으로써 박정희 체제는 이미 공식적으로 해체의 길을 맞게 됩니다. 정대표는 우리나라의 97년 외환위기를 박정희 독재국가 시스템 때문에 맞이한 것이라고 민주진영이 비판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존재하지도 않는 박정희 체제 때문에 외환위기를 맞았다는 주장으로 말이 안된다고 비판합니다. 그런 논리라면 신자유주의를 맞이하면서 온갖 종류의 금융위기가 등장한 세계 여러국가들의 공통된 흐름을 놓쳐버리게 된다는 것이죠.   


정승일 대표는 또한 우리나라가 학연, 지연, 혈연 등 전근대적 사회요소를 벗어나지 못해 뒤쳐진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을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세계 어느 사회에서나 발견되는 현상일 뿐이며, 문제의 핵심은 그것에 의해 유지되는 특권을 증폭시키는 사회경제적 메커니즘이 바로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점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지난 2~30년 동안 신자유주의 체제가 도입된 이래 1%의 특권층이 휘두르는 힘이 훨씬 커졌고, 90년대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정대표는 60년대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의 군사독재정권과 싸워나가면서 민주화세력이 정권을 잡은 민주공화국은, 관치경제는 정경유착이기 때문에 경제와는 턱을 져야 하고, 그러다보니 자유로운 시장경제주의가 좋은 거라고 암암리에 생각하고 있었다고 지적하며, 실제로 김영삼 정부때부터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정책들을 도입한 이들 또한 80년대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임을 상기시켰지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90년대 말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김대중 정부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 때문에 외환위기가 터졌다고 진단하고, 제일 빠르게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사람을 자르고 비정규직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는 대기업과 공공부분에 대해 무조건 30%로 인원감축을 강제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IMF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임시적 조처였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러한 경향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초기에 이른바 상시적 구조조정으로까지 자리잡게 됩니다. 이 때부터는 이른바 일상적으로 사람을 자르는 것이 당연시되기까지 합니다. 


 통계상으로 보면 1960년대부터 90년대 초중반에 이르는 정부주도형 경제성장 동안에 소득, 경제, 고용 모두 성장했습니다. 정승일 대표는 민주화운동을 경험했던 본인 스스로도 80년대 군사독재라는 것에는 치가 떨리지만, 그 체제하에서 경제가 10%씩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그 결과 넥타이 부대, 대공장 노동자들이 등장했고, 이들에 의해 6.10 민주항쟁이 일어났고 민주화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정부가 들어선 90년대 말 이후로 15년의 기간 동안 경제성장이 4%대로 떨어졌고, 빈부격차가 극심해졌습니다. 이 원인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진단이 달라지고 논쟁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정승일 대표는 대기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지난 배움터 강사들이 강조해 온 입장과 맥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 독일, 스웨덴 등 세계 선진국들 대부분이 대기업일수록 매출 안정, 고용안정을 이루고, 그와 함께 최신설비를 들이고 기술투자를 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임금상승도 이뤄진다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한국경제가 대기업 위주이기 때문에 빈부격차가 생기고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며, 또한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한다는 이런 주장은 너무 윤리적으로 경제를 보며 원인을 잘못 진단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전세계 선진국 중 대기업 비중이 가장 높고 중소기업 비중이 낮은 나라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대안으로서 추구하고자 하는 복지국가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98년 이후 김대중 정부가 4대 개혁, 금융, 재벌, 공공부문, 노동시장 개혁을 추구했는데, 이 개혁은 자유시장 원리, 이른바 신자유주의 원리와 모두 일치했습니다. 기존의 비효율체제, 정경유착체계를 끊기 위해 민영화시키고자 한 것이죠. 이는 결국 공공의 기구를 누군가의 사유재산으로 넘겨서 사적소유자들의 이기적 수익의 탐구대상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정대표는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진보언론진영에서조차 공기업 민영화를 비효율 관치경제를 없앤다는 논리로 칼럼을 쓰면서까지 지지했었다고 지적합니다. 결과적으로 민주정부 이후 이루어진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은 전세계적인 투기자본인 론스타, 스탠다드앤푸어스, 시티은행 등의 금융자본의 먹이감이 되었는데, 이들이 10년 뒤 전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장본인이었지요. 한국의 진보세력들은 이에 대해 거의 침묵하다가 2008년 이후가 되어서야 문제를 깨달았던 것이죠. 


정승일 대표는 우리나라의 OECD 최고 수준의 자살율(96년 OECD 가입당시만 해도 모든 지표가 최하위였는데, 유일하게 다른 가입국들에 비해 자살율이 가장 적은 수치를 보였다), 최저 출산율이 말해주는 보육과 교육의 어려움, 끝없이 높아지는 전월세가가 말해주는 열악한 주거불안, 위태위태한 의료 불안, 중국 등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산업의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점점 줄어가는 안정적 일자리 문제 등의 위기를 지적하면서 이런 국민들이 피부로 절실히 느끼고 있는 문제들에 민주화세력과 진보세력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앞으로도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민주화운동세력과 개혁진보세력은 현재 너무나도 많은 역량을 오로지 재벌개혁에, 즉 순환출자금지에, 금산분리에, 출자총액제한에 쏟아붇고 있습니다. 재벌개혁만 하면 마치 위의 여러 급박한 문제가 마치 다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승일 대표는 재벌개혁도 반드시 해야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지나친 비중을 둬서는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정승일 대표는 앞으로 우리의 산업도 한단계 발전시켜야 된다는 주장을 하면서, 지난 80년 초반 한국, 일본 조선업의 발전에 의해 문을 닫아야 했던 스웨덴의 많은 조선소 노동자들에 대해 스웨덴 사민당 정부가 재벌대기업 오너들과 협상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무료로 공립대학에 준하는 수준으로 우주항공, 컴퓨터 제어 등의 기술을 2~3년동안 기존 월급의 8~90%를 제공하면서 재교육시켰다는 점을 상키시킵니다. 곧 중국의 발전으로 조만간 뒤처지게 될. 우리나라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화학공업에 대해서도 이런 방식의 재교육이 필요하며 이는 우리가 왜 복지국가를 추구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역동적인 복지국가 정책과 함께 우리의 자본이 해외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강한 규제를 할 필요도 있겠지요. 국가의 시장에 대한 역할이 이런 식으로 변화하고 강화되어야 합니다. 정승일 대표는 우리나라 국민의 2/3가 이러한 역동적인 스웨덴식 복지모델을 원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 복지국가모델을 추구하기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는 정당, 세력이 존재해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풍요롭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나라가 가장 중요하고 민주적인 지향점이 될 수 있도록 진보세력과 민주세력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프랑스의 공상적 사회주의자였던 생시몽의 “각자는 능력에 따라 기여하고, 모든 이들은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다”는 유명한 원칙을 인용하며, 정대표는 우리가 추구할 보편복지를 설명합니다. 빈부의 차이없이, 남녀노소의 차이없이 누구나 필요한 만큼 분배받을 수 있지만, 대신 능력에 따라 그에 맞는 만큼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진성의 원칙을 적용시켜 많이 벌면 그만큼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대처 등장 이전의 영국이나, 레이건 등장 이전의 미국에서 흔한 세금정책이었습니다. 현재의 전 세계적 경제위기에 스웨덴 복지국가가 이만큼 유지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승일 대표는 선진국들이 일상생활 속 가까운 장소에 미술관, 과학관, 역사관, 도서관 등을 지어 그 내용을 알차게 채워나간 것이 그 국가의 저력을 만들어나간다고 강조하며 일상생활에 뿌리박은 교육인프라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현재의 시장만능주의가 판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복지국가가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기술강국, 산업강국을 넘어서서 기초생활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문화와 예술을 만들어가는 과학, 문화 강국으로서의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13 민주주의 배움터> 세 번째 강좌는 오는 6월 12일(수) 오후 7시 30분에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비정규직의 현실과 우리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함께 할 예정입니다. 



<2013 민주주의 배움터 1강 후기> 경제민주화와 참여자본주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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