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민주항쟁 29주년 ‘국민께 드리는 글’
* 6·10민주항쟁 29주년 ‘국민께 드리는 글’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새삼 옷깃을 여미며 6·10민주항쟁 스무 아홉 돌을 맞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국 현대사의 무수한 질곡을 넘어, 온 국민이 함께 성취한 6월민주항쟁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6월민주항쟁은 강압적으로 낡은 질서를 유지하려는 제5공화국 군사정권에 맞서, 1987년 6월 한 달 동안 전국 38개 시·군에서 5백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찬란한 시민항쟁이었습니다. 명동에서, 을지로에서, 서면로터리에서, 금남로에서, 대전역에서 한 목소리로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던 국민들이 마침내 승리한 시민혁명이었습니다.
6월민주항쟁의 승리를 통해 제5공화국 헌법을 폐기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으며, 헌법전문에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할 것을 적시하였고, 국정조사권 부활, 헌법재판소 설치, 지방자치제 실시 등의 내용을 담아 현행 헌법으로 개정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유신 이후 긴급조치와 계엄령, 위수령으로 국민을 통치하던 구체제를 일소하고 ‘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되찾고 민주헌정질서를 회복하여 ‘국민주권’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6월민주항쟁의 눈부신 성취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자리가 흔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마음 놓고 이 자리를 자축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민 여러분들의 삶이 편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6월민주항쟁의 성과로 절차적, 제도적 민주주의를 이뤄냈지만 우리 국민의 실존적 아픔을 보듬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와 참여 민주주의를 진전시키지 못한 무능을 먼저 반성합니다.
오늘 우리 국민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무한경쟁과 비싼 교육비 부담 때문에 아이들을 낳아 기르기 무서운 ‘불임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고, 갈수록 심해져가는 빈부격차와 청년실업,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성장의 동력을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과 핵 개발,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한의 대치와 갈등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보다 자살자가 더 많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살면서 과연 지속 가능한 사회가 가능한 일일지 의심받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평등·평화·복지국가’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평등하고, 권리와 의무에서 평등하고, 교육과 취업의 기회에서 평등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부자아이와 가난한 아이를 나누고, 대학입시에만 천착하는 경쟁교육에 우리 아이들을 방치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날로 비대해지고 있는 사교육 시장과 학부모들의 욕망에 맡겨둘 수 없습니다. 이 고삐 풀린 욕망을 멈추고 공교육을 정상화하여 우애와 공감의 교실을 만들 수 있는 길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중심으로 교육과정과 내용을 재편하여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꿈꿉니다.
7·4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그리고 6·15와 10·4선언 내용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며, 호혜경제에 입각한 민족통일을 이루어나가야 합니다. 남한의 중견기업이 북한에 진출하여 IT, 도로, 항만, 농업 관개시설, 산림녹화 등 북한의 인프라 확충에 투자하면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고 남북과 중국의 동북 3성, 러시아 연해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경제공동체 건설을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들이 앞장서고 시민들이 참여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나가는 과정은 곧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우리는 1대 99의 양극화 사회를 극복하고, 최소한 생계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없는 복지사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99%의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민생복지의 나라, 이로 인해 1%의 최상위 계층도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국민통합의 나라, 모든 생명들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꿈꿉니다. 예산절감과 세제개혁을 통해 민생복지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미완의 6월민주항쟁을 완성하는 길은 공정하고 평등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자유와 평등의 세상을 꿈꾸며, 6월민주항쟁 29주년을 맞습니다.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여 국민통합을 이루어내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드높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평등·평화·복지국가’를 꿈꾸는 우리들의 발걸음이, 내년 6월민주항쟁 30주년으로 이어지고, 그 아름다운 정신이 우리들의 조국, 6월의 대지에 촉촉이 피어나기를 희망합니다.
2016년 6월 10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박상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