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
1987년 명동성당 농성에 참가했던 김만곤 씨,
함께 촛불광장 나서 화제 모은 딸 김래은 양이 낭독한 <국민의 바람>
<6월이 촛불에게>
내 딸 래은아
벌써 30년이 지났구나
1987년 6월 10일 길 건너 성당 종소리를 시작으로
이 근처를 지나던 자동차들이 경적이 함께 울리며
6월 민주항쟁의 시작을 알리던 바로 그날.
아빠는 수많은 이들과 함께 뜨거운 젊을 날을 보냈었다.
하늘을 덮었던 최루탄에 눈물을 쏟아야했지만
그 눈물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다는 울림으로 차오른
가슴 떨리는 복받침이기도 했다.
그 날
이 아버지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이들은 꿈을 꾸었다.
이 땅의 민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갈라진 조국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많은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던 삶의 무게가 조금을 가벼워질 것이라고.
그런데 래은아.
30년이 지난 오늘. 아빠는 부끄럽다.
아픔을 보듬고자 했던 꿈이 옅어지고
고통에 맞서고자 했던 용기가 줄어드는 삶을 이어오면서
과연 그날의 꿈이 얼마나 이뤄졌는가를 돌이켜보면
정말로 부끄럽다.
그러나 래은아
고맙다. 너의 친구들, 너의 언니 오빠들에게 한없이 고맙다.
너희들이 다시 일어나
그날의 꿈을 되살려줘서
우리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줘서
아래를 살피고, 옆을 보면서
같이 가자. 함께 살자
2017. 6. 10.
6월세대 대표 김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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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6월에게>
아빠
30년이란 시간은 제겐 참 멀죠. 제 나이의 두배나 되네요.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가난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독재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저는 잘 몰라요.
그래도 아빠
30년 전. 피하지 않고 싸웠던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그런 어려움들을 겪으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와주신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모든 어른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 아빠 저도 부끄러워요.
지난 겨울 작은 촛불을 들면서 추위에 불평했던 일.
아프고 힘들고 눈물 짓는 분들을 지나쳤던 일.
차가운 바닷속에 가라앉은 언니 오빠들을 잊었던 일.
하지만 아빠
이제 저도 30년 전 아빠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지나쳐서는 안되는지를
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나눠야만 하는지를
우리들이 꿈이 모두 같지는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면
지켜보고 지켜주고 지켜내야한다는 것을
아빠.
어려운 자리에서 떨리지만
훌륭한 어른들 앞이니 멋진 말 한번 해볼게요.
“미래 세대가 꿈 꿀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세요.
그것은 바로 정의로운 국가, 대한민국의 의무입니다.“
그 꿈 안에서, 우리
함께 살아요
2017. 6. 10.
촛불세대 대표 김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