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공간 포럼 ①] 조용환 인권 변호사와 둘러보는 세계 기념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는 최근 기억×공간 포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적 기억을 되살리는지,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조성했는지 사례를 함께 익히고 토론하기 위해서입니다. 첫 번째 기억×공간 포럼에서는 조용환 변호사님이 강연자로 자리해주셨고, 정의기억재단 지은희 이사장(전 여성부 장관), 참여연대의 정강자 공동대표, 진실의 힘 송소연 이사, 광주 트라우마 센터 강문민서 부센터장, 미국 럿거스대학교 김수지 교수께서 참석해주셨습니다.
첫 번째 강연을 맡으신 조용환 변호사께서는 1983년 ‘함주명 조작간첩 사건’의 소송 대리인으로 참여하셨는데, 이후 2005년 조작간첩 사건으로는 최초로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셨습니다. ‘함주명 조작간첩’은 특히, 이후 조성될 민주인권기념관 부지인 ‘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자행된 대표적인 조작간첩 사건이기도 합니다.
조용환 변호사께서 강의해주신 내용은 조용환 변호사가 둘러보고 오신 세계의 기념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기념관부터 스페인 게르니카 평화박물관,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남아공의 로빈섬, 에티오피아의 Red Terror Museum 등 17개국의 49개에 이르는 기념관들을 방문하신 사진과 후기, 각종 내용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임직원들이 가장 감명 깊게 들었던 내용은 폴란드의 ‘난쟁이 마을’인데요. 폴란드의 ‘브로츠와프’에는 80년대 진행된 반공산주의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물로 ‘난쟁이 동상’이 곳곳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흔히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탑이나 커다란 동상 등을 설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요. 이곳에서는 ‘민주화운동’을 자신의 고장 설화인 ‘난쟁이 설화’와 연관지어서, “사람들 모르는 곳에서 난쟁이들이 노력하여 사람들의 세계를 더 낫게 만들어준다”는 취지로 ‘난쟁이 동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들의 노력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한다는 것, 익명의 시민들이 발전시키는 민주주의의 모습과 꼭 닮았지요. 처음에는 이러한 난쟁이 동상이 많지 않았는데, 이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난쟁이 동상들을 만들고 설치하면서 지금은 약 300여개에 이르는 난쟁이 동상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를 상징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유명 웹툰 《신과 함께》에 나오는 가택신들이나, 우렁각시 등 여러 상상을 해보았지만 딱 ‘이거다!’ 싶은 건 아직 없었어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을까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억×공간 포럼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사회적 기억들을 함께 기억하기 위하여 추모 공원, 기념관, 추모비 등을 만들어왔고, 또 만들고 있습니다. 사회가 함께 겪었던 고통스러운 기억을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걸까요? 책 《기억의 공간》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지워지고 재현되지 못했던 것이 되살아나는 장소를 아스만은 ‘기억의 공간’이라 불렀다. 트라우마의 경험은 서사화될 수 없기 때문에 그녀는 말과 문자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장소가 재조직되고, 거기에서 표현되지 않았던 의미들이 살아나는 방식에 주목한다”(그린비출판사, 《기억의 공간》중)
글에 따르면, 과거의 경험은 그저 지나가버린 것이 아니라 공간을 매개로 하여 ‘재조직’되어 ‘되살아’날 수 있는 것입니다. 되살아난 과거가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걸어올지, 그것은 모두에게 다른 경험일 수 있지만요. 예컨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들을 에세이로 출간한 작가 ‘프리모 레비’는 이렇게 말했지요. “사건은 일어났고, 따라서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박물관을 걸으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따라서 ‘이러한 참상이 또 다시 재발되지 않게 하는 것’ 일지도 몰라요
이러한 의미를 담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는 민주인권기념관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기억×공간 포럼을 진행합니다. 사회적 기억과 공간이 맺는 관계성과 그를 통한 과거의 되살아남을 학습하는 자리로,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정기적으로 공유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