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민주인권기념관 건립 준비 워크숍 (2차) 후기
7월21일, 독립문역 인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민주인권기념관 건립 준비를 위한 2차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워크숍은 박경목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장님께서 직접 시설탐방 안내와 더불어 운영사례에 대한 강연을 진행해주셨습니다.
이날은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햇살이 뜨거운 날이었는데도, 매표소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기념관 건립 준비를 위해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25명 남짓. 우리도 이곳의 역사를 보고 배우기 위해 현장을 찾은 사람들과 함께 시설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인 1908년 개소되어 1987년 서울구치소가 의왕시로 이전할 때까지 감옥으로 사용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장소입니다. 아직까지 비교적 원형을 잘 갖추고 있지만, 사라진 시설들이 있어 꾸준히 복원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합니다.
전시관 입구에는 이곳 시설에 대한 설명과, 관람을 위한 동선이 자세히 안내되어 있습니다.
중앙에 있는 전시관(옛 보안과청사) 1층으로 들어서면, 맨 처음 ‘자유와 평화를 향한 80년’이라는 문구가 맞이합니다. 일제강점기 경성감옥으로 문을 열어 87년 민주화를 이루기까지, 조국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이들의 역사를 느낄 수 있습니다.
“모두를 담을 수 없다면, 모두 비우자. 관람객들 스스로 느끼게 하자.”
박경목 관장님이 강연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이러한 철학을 담은 대표적인 곳이 이곳 전시관 2층, 민족저항실입니다. 초기 2층의 전시계획은 첨단 전시기법을 활용해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합니다. 그러다 계획을 변경해 공간을 비우되, 이곳을 거쳐간 독립운동가들의 수감 자료인 수형기록카드를 빼곡히 전시하는 것으로 바꾸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관람객의 반응이 좋은 곳이라고 합니다. 어떤 관람객은 가만히 말없이 쳐다보다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곳을 지나칠 때는 다들 각자의 시선으로 살펴보느라, 잠시 대화를 멈추기도 했답니다.
2층에는 주로 일제의 탄압과 해방까지의 독립운동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서대문형무소 수감 독립운동가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검색대가 마련돼 있어, 이름을 누르면 인물별 사진과 활동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켠에는 사형장의 지하 시신수습실을 모형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모형인데도 어딘가 꺼림칙해서 짧은 통로를 지나는 동안 체온이 좀 내려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지하로 이동했습니다. 전시관 지하는 취조와 고문이 이뤄지던 모습을 전시해두었습니다. 또 생존 독립운동가의 육성 증언 영상도 보실 수 있어요.
이곳은 중앙사입니다. 중앙사는 10,11,12옥사 세 곳과 연결되어 옥사 전체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중앙사를 중심으로 옥사는 세 갈래로 뻗어있어요. 전형적인 파놉티콘의 형태를 띠고 있죠. 중앙사와 세 옥사는 1920년대 건물 원형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사진 앞쪽에 보이는 나무 구조물은 간수가 있던 자리입니다. 세 방향으로 이어진 옥사 입구가 모두 보입니다.
저희는 관장님을 따라 11옥사로 들어갔습니다. 옥사에서 간수석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관람객이 모두 들어오자 다시 문을 걸어 잠그시는 관장님. 통로 맞은편으로 나가는 문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갇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랜 세월의 역사가 느껴지시나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인 만큼, 방마다 가진 역사와 거쳐간 인물도 많아
한 방 한방 둘러보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이 좁은 방에 몇 분이나 계셨을까요?
방마다 이곳을 거쳐간 분들에 대한 소개와 풋프린팅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해동 목사님 계셨던 곳에는, 당시 입으셨던 옷도 함께 전시돼 있네요.
이곳은 사형장입니다.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죠.
사형장으로 가는 길에, ‘민족의 혼 그릇’이라 이름 지은 추모비가 있습니다.
사방이 뚫린 곳에 놓인 추모비는, 사형장의 길목에 있어 뜨거운 볕 아래에서도 절로 숙연해졌습니다.
사형장의 미루나무 이야기는 이미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 있죠. 벽 너머로 보이는 나무는 통곡의 미루나무입니다. 사형장으로 인도된 사람들이 붙잡고 울었다 해서 이름 붙었습니다. 사형장 안쪽의 미루나무는 같은 해 심었는데, 잘 자라지 못하고 지금은 죽었다 해요. 식물도 기운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 외에도 수감자들의 운동과 감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부채꼴의 격벽장, 유관순 등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있었던 여옥사 등의 시설물이 보존 및 복원되어 있었습니다.
워크숍은 이어서 옛 취사장 건물을 활용한 강의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강연 내용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직접 운영하며 박경목 관장님이 경험한 것들과 오래된 이 시설을 어떻게 보존하고 복원하는지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이곳의 시설물을 복원하며 겪었던 예산의 한계, 서대문형무소에 대한 자료와 연구의 부족함, 오랜 기간 이곳에 축적된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담는 방법, 서대문형무소가 안고 있는 한계에 대한 인식 등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셨습니다.
특히 운영 초반에는 오래된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비만 오면 천정에 물이 새는 등 시설물을 부분 보수하기도 벅차 장기 운영계획이나 철학을 세우기 어려웠다는 말씀은 남영동 대공분실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구조 안전진단 등 기초조사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학습이 되었습니다.
또 이 공간이 지닌 오랜 역사가 있는 만큼, 시간과 공간 중 어디에 방점을 두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한된 공간에 기억과 기념을 담을 때, 누구와 무엇을 담을 것인가 하는 고민에 서대문형무소는 “모두를 기념하기 위해 개인을 기념하지 않는다”는 답을 내렸다고 합니다. 앞으로 조성될 민주인권기념관 역시 다양한 사건과 민주화의 역사를 어떻게 담을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음 민주인권기념관 건립을 위한 워크숍은 8월에 열립니다.
내용과 일정이 확정 되는대로 사업회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안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