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자리에 깃발을 꽂다. 이소선 1며칠째, 전태일의 영정을 안고 몸부림치는 그이의 사진을 보고 있다. 이제 막 사십대가 된 젊은 이소선. 그는 슬퍼한다기보다는 아파하고 있다. 물리적인 통증을 거의 온몸으로 호소하고 있다. 혹시 그는 스물두 살의 전태일을 낳고 있었던 게 아닐까.‘담대해지세요, 어머니…….’자기 몸에 불을 낸 아들은 그렇게 말했다.‘오! 어···
김진균이 다시 서울대 강단에 서게 된 것은 1984년 9월. 이 무렵, 그가 학교와 학계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과거의 ‘관운장’이 아니었다. 5·18민중항쟁 직후의 서명 투쟁으로 해직되었다는 사실은 그의 존재에 도덕적 우위와 무게감을 더해 주었고, 당대의 내로라하는 진보 학술운동가들이 망라해 있는 산업사회연구회(산사연)···
개관사정(蓋棺事定)이라 했던가. 관 뚜껑을 덮은 후에야 비로소 그 사람됨의 면모를 깨닫고 그가 떠나며 남긴 것들을 헤아리는 일은 사람살이의 쓸쓸한 이면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이 부박한 세상에 살아남은 이들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염치’인지도 모른다.지난 2월 14일 세상을 떠난 진보 사회학자 김진균. 진보운동 진영의 맏형이자 민중의 다정한 벗이었···
가짐없는 큰 자유, 제정구 2 나무가 아무리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고 싶어도 이 세상 어딘가의 흙 위에 설 자리가 없다면 나무는 존재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이 사람 또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자기 영역, 즉 사람으로서의 제자리를 만들고 누리기 이전에 땅위에 먼저 서야 하고 설 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주거다. …… 땅이 좁···
가짐없는 큰 자유, 제정구 188올림픽을 앞두고 이른바 ‘올림픽 철거’가 한창이던 1986년 여름, 성동경찰서 앞에서는 조금 색다른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빈민운동의 대부’ 제정구가 경찰서에 연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철거민들이 즉석에서 벌인 ‘제정구 구출 시위’였다. 당시 제정구는 하왕십리 철거민들 앞에서 반정부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조···
끝없는 군사독재파키스탄회교공화국(Islamic Republic of Pakistan)은 면적이 한반도의 3.5배나 되고 인구는 1억 5천 정도로 비교적 큰 국가이지만 1950년대 후반부터 반복되는 군사독재정권이 집권해 왔다. 파키스탄은 독립 후 58년 중 약 30년 동안을 군사정권이 통치해왔고 앞으로도 이 기간은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이렇다보니···
중국의 민주주의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1989년 6월에 발생한 천안문사태다. 서구에서는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한 이후 경제변화가 정치변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측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1980년대에 덩샤오핑 등 중국공산당 내의 개혁파들이 경제개혁과 함께 정치개혁을 주된 의제로 강조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예···
지난 4월 말 베트남에서는 제 10차 공산당대회가 열렸다. 당 대회는 공산당이 국가 전체를 지도하기 위한 지침을 채택하고 지도자들을 뽑기 위해 매 5년마다 여는 것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는 ‘도이머이’(Doi Moi, 쇄신) 20주년을 맞아 지난 성과를 총결산하고 향후 5년 동안의 발전전략을 수립하며 베트남을 이끌어갈 지도자들을 선출하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원론적으로 말해서 민주화란 국민과 민중이 주인 되는 것, 즉 폭력 수단을 독점한 국가(state)로부터 사회(국민과 민중)가 자유와 평등권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유와 평등권이 주어졌을 때 주인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갖추게 된다. 또한 인류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 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권력 분립의 제도화를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