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호 코로나19와 민주주의의 위기
코로나19는 지난 8개월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확진자와 사망자를 발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심대한 영향과 변화를 가져왔다. 이 글은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인종주의, 민족주의, 권위주의의 등장과 그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범유행병 대응에 필수적인 국제사회의 협력은 미중 패권전쟁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WHO와 같은 국제기구의 신뢰 저하 등의 이유로 약화되었다. 그래서 개별 국가는 코로나19에 독립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검사, 추적, 치료 등의 의료기술뿐만 아니라 국경폐쇄 또는 봉쇄 등의 인구통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위주의가 강화되었다. 또한 코로나19로 발생했거나 심화된 사회문제로 인하여 인종주의 및 민족주의가 득세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강력한 봉쇄가 아닌 상대적으로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막았기 때문에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코로나19에 권위주의적 방식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갈 때 한국의 사례는 민주주의적 방식 역시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국이 초기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8개월간 한국 사회의 경험은 한국적 대응에 대한 성찰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특히 언택트라는 뉴노멀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처럼 여겨지는 현재 상황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 사회 일부의 코로나19의 위험은 감소했지만, 더 많은 노동자의 위험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처럼 기존의 불평등은 코로나19와 언택트를 통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K-방역이라는 신화, 언택트라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약속은 이러한 사회문제를 비가시화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며 공공성을 강화하지 않으면, 현재 제시되고 있는 기술과 산업 중심의 언택트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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